연극 [웃음의 대학] - 지금 웃지 않는자, 모두 유죄 + 공연 읽어주는 역장



이 연극을 보면서 '지금 웃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카피가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노희경 작가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진정한 웃음을 잃어가고 있는지 이 극을 통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연극열전3의 [웃음의 대학]이 펼쳐지는 유니플렉스 2관 상영관 건물 포스터



스포일러 주의


웃음을 지우려는 자와 웃음을 지키려는 자의 대결

연극열전3의 이번 연극인 [웃음의 대학]은 이 연극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연극이다. 그리고 그 연극을 만드려는 작가와 그 연극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검열관이 등장한다. 지난 1월 11일에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본 [웃음의 대학]에서 등장한 배우는 검열관 역의 송영창 분이었으며, 작가 역의 류덕환 분이었다.

▲ 1월 11일에는 검열관 역에 송영창, 작가 역에 류덕환 배우가 열연하였다.



그중 검열관은 작가가 써온 [웃음의 대학]의 희극 대본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웃음의 요소를 배제시키며 극에 왜 웃음이 필요한지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극에 대한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관련된 부분이 전혀 없으면서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만 일을 처리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한다.

반면 작가는 검열관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극의 요소 요소마다 웃음을 넣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검열관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면서 자신의 희곡을 다듬기는 하지만 적어도 웃음을 포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웃음을 지우려는 자와 웃음을 지키려는 자의 대결을 연극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인용하자면 '희극은 보통 이하의 악인을 모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은 보통 이상의 선인을 모방하는 것'이며 플롯의 완벽이 이뤄지려면 극 형태가 비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검열관도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비극을 써야 한다고 작가에게 끊임없이 강요를 한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이 가장 이상적인 극 형태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극을 무시해서 나온 말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당시 희극을 초연하는 극작가들이 유희로만 극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극의 형태를 비극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한 것뿐이다.


희극 - 억지로 웃기려는 것이 아닌 진짜 웃음을 찾아주는 매체

다시 말하면 억지로 관객을 웃기려는 유희로만 희극이 써내려 가지 않고 비극처럼 플롯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다면 희극 역시 극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으로 말한 것이다. 때문에 검열관의 잣대는 너무나 편협하다. 그로인해 작가는 검열관에게 희극을 이해하려면 연극이 실제로 공연되는 것처럼 낭독을 하면서 살펴봐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 검열관에게 작가가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쓴 대본을 직접 낭독하는 장면(사진출처 : 연극열전 블로그)


처음에 검열관은 설득은 당하기는 커녕 작가에게 무리한 부탁들 늘어놓는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수용하기 때문에 솔직히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이내 작가의 설득에 검열관이 수긍하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극의 재미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희극이 가지는 진정한 힘을 관객과 검열관은 느끼게 된다. 희극은 단순히 광대놀이에 지난 것이 아니고 본질을 지우려는 매체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현실의 문제를 다시한번 이야기하는 매체라는 것을 이 연극은 보여준다. 검열관의 요구대로 고치는 한이 있어도 웃음의 요소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작가는 희극을 올림으로써 극과는 반대로 현실의 암울함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다.

검열관이 사상적인 부분을 희극에 넣도록 지시해도 작가는 그 부분 역시 극에 녹여 희화화 시키는 용기를 보여준다. 검열관 역시 작가의 횡보가 황당하면서도 어느순간 부터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억지로 웃기는 것이 아닌 작가의 진정이 검열관을 웃게 만들었고 관객 또한 검열관처럼 웃음을 짓게 된다.


지금 웃지 않는자, 모두 유죄

검열관은 이 극의 초반에 작가에게 "지금 이 시대에 웃음이 왜 필요합니까?"라고 반문을 한다. 우리에게 웃음은 왜 필요한 것일까. 억지 웃음을 짓더라도 뇌는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드린다는 의학기사를 얼핏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웃음은 어색하다.

직장에서 상사 때문에 억지로 웃어야 하고, 또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들은 후배들에게도 웃음을 보인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기 위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버리고 웃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웃지말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웃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연극 [웃음의 대학] 표


즉 다시 돌아가서 이야기하면 고통을 지워내는 유희로써의 웃음이 아닌 내면에서 우러나는 웃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웃음이 우리의 감정을 좀더 솔직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지금 웃지 않는자, 모두 유죄'이다. 어쩌면 당신도 연극 [웃음의 대학]을 보면 이런 진정한 웃음을 짓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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