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루살카',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 - 오페라와 영화관의 만남 + 영화 읽어주는 역장



뉴욕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공연인 드보르작의 '루살카'를 메가박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난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메가박스 5개 지점(코엑스,센트럴,목동,킨텍스,동대문)에서 이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메가박스에서 뉴욕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공연을 올해 10개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고, 내 경우는 이 작품까지 포함해서 5개의 작품을 메가박스에서 살펴보았다. 이제 남은 5개의 작품만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뉴욕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공연작품들에 대한 리뷰들은 다음과 같다.

1. 푸시킨 원작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 -메가박스에서 살피다

2. 영화 오페라 '더 노즈' - 어떤 의미에서든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작품

3. 푸치니의 '토스카', 오페라로 지금 살펴보길 원한다면? -오페라를 영화관에서 보는 법

4. 베르디의 '팔스타프' - 베르디가 유일하게 남긴 희극 오페라를 메가박스에서 살펴보기


드보르작의 '루살카' 메가박스 포스터



그럼 이제 드보르작의 '루살카'를 읽어보려 한다.


스포일러 주의

드보르작의 '루살카' - 체코판 인어공주라 불리는 이야기

안토닌 드보르작은 신세계 교향곡으로 유명한데 체코의 민족주의 음악을 세계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곡가이다. 그런 드보르작의 '루살카'는 체코판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어공주'라고 하면 어떤 내용인지 알겠다는 사람들은 덴마크의 안데르산 인어공주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드보르작의 '루살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어공주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더 잔혹하다고 해야 할까. 혹은 더 매혹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더 잔혹하며 더 매혹적인지 차근 차근 이야기 하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루살카'의 설화에 대해

메가박스에서 상영된 '루살카'는 안토닌 드보르작이 '루살카'라는 설화에 맞춰 드라마틱하게 음악을 작곡한 곡이다. 즉, 뒤에서 이야기할 드보르작의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가 나오는 이런 장면들은 드보르작이 원래 있던 설화에 맞춰 음악 작업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루살카'의 기본적인 설화가 궁금할 텐데, 이 신화는 슬라브족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어떤 설화에서는 루살카들이 남자들을 괴롭히는 장면들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안데르산 인어공주보다 드보르작의 '루살카'가 더 잔혹한 이유는?

안데르산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는 인간 왕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는 악수를 둔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간과한 바다 속 인어공주가 행한 좋지 못한 방향이었다.

인간이 되려고 하는 '루살카'



드보르작의 '루살카'도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는 안데르산의 '인어공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루살카는 인어공주가 아닌 호수의 요정이자 물의 요정이다. 반면 루살카 역시 마녀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는 대신에 인간이 되는 점은 같다.

다만 인간 왕자와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후 받는 대가에 대한 내용 부분이 인어공주와 '루살카'가 조금 다르다. 루살카가 더 잔혹하고 비극적이다.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그녀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점이 비극이라 할 수 있지만 루살카는 인간도 요정도 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왜 더 잔혹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호수로 돌아오는 '루살카'


그 이유는 루살카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호수로 다시 찾아온 왕자 역시 저주에 걸리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 두 연인은 고통에 빠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루살카는 죽지도 못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왕자의 비극을 바라보며 영원히 홀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보니 인어공주보다 더 잔혹한 결말이 만들어진 셈이다.


안데르산 인어공주보다 더 매혹적으로 다가온 드보르작의 '루살카'

사실 왕자의 비극은 단순히 루살카가 있는 호수에 찾아왔다고 생긴 것은 아니다. 왕자가 끊임없이 루살카에게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루살카의 키스라고 강조하면서 설득하기에 생겨난다. 즉, 키스만 하지 않았어도 왕자의 비극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루살카'의 사랑을 깨닫고 호수로 찾아온 왕자는 끊임없이 키스를 해달라고 루살카에게 간청을 한다.



이런 비극이 만들어진 이유는 마녀가 루살카를 인간으로 만들면서 저주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물론 왕자가 루살카의 진심을 진작 알아차렸다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겠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키스 자체가 유혹이자 사랑이고 죽음을 의미하기에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혹은 확인하기 위해 키스를 하고 그 대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확실히 위험을 감수한 사랑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한 순간만큼은 달콤하지 않았을까 싶다.


드보르작의 '루살카'가 갖는 역사적 의미

드보르작의 '루살카'는 오페라에서 마이너 언어인 체코어로 이뤄져 있다. 체코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국가였다. 체코는 꽤 오랫동안 식민지 국가였는데 16세기부터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의 식민지였다.

자신들의 언어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는 다만 마리오네트 인형극에서만큼은 체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 한이 많이 남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루살카'가 인어공주보다 더 잔인하면서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극 초반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루살카가 '달에게 부치는 노래'를 읊조리는 부분



예술은 역사를 담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시대에서 만들어진 '드보르작'의 루살카에서 강한 민족성을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달에게 부치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심을 하게 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절절함과 그 절절함 속에 깃든 사랑이 언어는 다르지만 가슴 깊이 느껴지는 곡이기 때문이다.


▼ 드보르작 루살카의 '달에게 부치는 노래' 는 아래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접해 보실 수 있다.

▲ 드보르작 '루살카' 中 '달에게 부치는 노래' (출처 : 유튜브)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14 작품들은 앞으로 5개의 작품들만 남았다. 다음달 메가박스에서 만나는 작품은 '프린스 이고르'이다. '루살카'에서 얻은 감동이 '프린스 이고르'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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