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우할인' - 무대 뒤 배우들의 분장실 이야기 + 공연 읽어주는 역장



연극 '배우할인'이 오는 7월 6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 극은 영화감독 데이비드 마멧의 원작인 '극장속의 인생'을 각색한 연극이다. 보통 각색한 연극들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건 원작의 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연극 '관객모독''웃음의 대학'등을 보면 원작을 각색하고 우리의 실정에 맞게 만든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 '배우할인' 막이 끝나고 포토타임 때 찍은 사진 - 이날 현우 역은 김정규 분이 맡았었다.


이번 연극 '배우할인'도 원작과는 다르게 풀어내 신선함과 재미를 주고 있다. 어떤 부분이 원작과 어떻게 다르고 또 연극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읽어보려 한다.


스포일러 주의


원작 '극장속의 인생'과 연극 '배우할인'은 어떤 점이 다른가

앞서 이 극은 데이비드 마멧의 원작 '극장속의 인생'을 각색한 연극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작에서는 노배우와 젊은 배우의 이야기로 나온다. 즉, 극장에서 황금기를 보내고 쇠진해진 노배우와 전성기의 젊은 배우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런 젊은 배우에게 질투를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원작이라면 연극 '배우할인'은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과 같지만 노배우 대신 40대 중반의 무명의 배우를 설정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왜 40대의 배우인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생 40년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이 40은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인생 선배일 수 있는 40대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도 연극 '배우할인'은 40대의 무명배우로 설정해 놓았다고 생각한다.

나온씨어터 극단 건물 앞에 연극 '배우할인' 포스터가 붙어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의 40대들은 거의 대부분 이 무명배우의 삶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해온 그들은 특출나지는 않지만 그 분야에서 그래도 제법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자신의 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개방적인 40대들도 있겠지만 인생 40년이면 자신의 가치관을 쉽게 버릴 수 없는 나이다.

연극 '배우할인'에서도 40대의 인생을 산 무명 배우 만달(한규남 분)이 젊고 전도유망한 배우, 현우(김정규 분/윤국로 분)에게 자신의 가치관으로 똘똘뭉친 말을 하는 부분이 있다.
"너 연극이 뭐라고 생각하냐? 나 20년 있었어. 대학로에... 이 바닥은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현실 속 40대의 모습을 어느 정도 극에 담고 싶었던 것이 이 극을 각색한 연출가의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노림수는 이 극의 재미를 불러온다.


꼰데같은 40대의 이야기라고 칭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들어볼만한 이야기

아마도 노배우가 등장했다면 그 배우가 가진 고민이라든지 경험에 대해서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어느 부분에까지는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그 나이때에 근접하지 못한 관객들은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원작과는 다르게 연극 '배우할인'의 설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40대에 들어서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하고 좀 더 나은 가치관을 받아 들이지 않으려는 보통의 40대 모습을 연극에서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들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형이자 오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또 만달이라는 역할이 좀 짠해보이기도 하다. 반면 혈기 왕성하고 앞으로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젊은 후배인 현우의 의지를 꺾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부분은 아집이다.

연극 '배우할인'이 시작하기 전 대기시간 모습


우리시대의 40대 분들뿐만 아니라 더 나이를 든 분들이 혈기넘치는 젊은이들이 반박하는 부분을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기 때문이고, 젊은이들의 의견이 더 합리적이어서 답변을 할 수 없을 때 나이로 누르려는 부분에서 나타난다. 그래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여야 한다. 연극에서는 그런 부분을 코믹적인 요소로 풀어내고 있다.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후배가 더 나아진다면 그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성인이다. 소인은 자신의 후배가 자신보다 더 잘 나가면 배아파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성인들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정작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배 아파할 지도 모를 일이다. 연극 '배우할인'은 바로 그런 점에서 이 40대 배우 만달 역이 밉지만 미워질 수 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왜 '배우할인'일까

원작 '극장속의 인생'에서 왜 '배우할인'으로 제목을 바꿔 각색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연극을 보면 멕베스, 인형의 꿈 등의 연극들의 주요장면을 볼 수 있고, 그 연극들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분장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연극의 이런 뒷 이야기에 더 치중한 내용이기 때문에 '배우할인'인 것인지 추측해 본다.

물론 관객에게는 무대 뒤 분장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연극배우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게 된다. '배우할인'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20년 동안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유명해져 뮤지컬 같은데에서 활동하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연극을 연극답게 이끌지 못하는 배우를 스스로 낮춰 말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연극 '배우할인'에서 만달 역과 현우 역을 맡았던 한구남 배우와 김정규 배우가 포토타임 때도 관객을 웃겨주고 있다.


연극을 연극답게 만들지 못하는 건 배우의 몫이 전적으로 해당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연극배우의 연기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연출가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배우의 연기가 무르익을 수 있도록 진득하게 기다려 주지 않는 관객들도 반성을 해보자.

배우가 자신을 스스로 낮춰 부르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연극에 녹여낼 수 있는 무대를 보고 싶다. 그런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분장실에서 노력을 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힘내라고 화이팅을 외치고 싶다.

동시에 나이를 떠나 더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젊은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 '배우할인'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상투적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자가 아닌가 싶다. 어떤 관습에 빠져 있는 게 아닌 그때 그때 충실히 하는 것이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 모습이며 배우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을 떠나서 이 극은 그냥 보러 가도 박장대소 할 수 있는 연극이다. 연극 '배우할인'은 오는 7월 6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무대에 오른다.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추천 버튼을 눌러 주세요~

핑백

  • 간이역, 공연 읽어주는 역장 : 연극 '프라이드' - 당신이 게이여도, 괜찮아 2014-09-09 17:06:11 #

    ... 증된 작품이다. 연극 '프라이드' 포스터 이런 검증된 작품을 한국에서 초연하는 경우, 평가에 있어 그래도 반타작은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본 관객모독이나 웃음의 대학 그리고 배우할인 등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인 연극 '프라이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이 극을 읽어보려 한다. 스포일러 주의 평 ... more

덧글

  • 극단인어 2014/06/29 14:48 # 삭제

    저희 공연을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중한 후기를 저희 페이스북 페이지에 담아가도 될까요?!
  • 간이역 2014/06/29 18:36 #

    넵 안녕하세요. 주소 명기해주시면 괜찮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려요~ ^^
  • 2014/07/30 19:29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8/27 14:08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버즈블로그 위젯


프레스&위드블로그위젯

위드블로그 베스트 블로거


A타입 클린 캠페인 위젯